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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배달스토리

[배달스토리] 배달원은 밖에 나가서 대기하세요. 화가 난다 화가 나.

by 돈뻐스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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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밤, 낡은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고요한 거리를 갈랐다. 꽁꽁 언 손으로 배달 앱을 확인하며, 또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액셀을 당겼다. 오늘따라 유난히 주문이 많은 탓에, 그는 쉴 새 없이 거리를 누볐다.

마지막 배달을 향해 달리던 중,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 자주 들르던 분식집에 들렀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너무 춥네요." 그가 밝게 인사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지만 사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 배달원이면 밖에 나가서 기다려요. 가게 안은 손님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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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문을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나는 가장이니까.' 그는 애써 서러움을 삼키며 마지막 배달을 향해 출발했다.

마지막 배달지는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낡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아파트 내부와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번 서글픔이 밀려왔다.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저녁을 먹고 싶다.' 그는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조금만 더 힘내면, 우리 가족도 따뜻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추운 날, 이렇게 서러운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하지만 곧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떠올렸다. '나는 가장이니까. 나는 가족을 위해 더 강해져야 해.' 그는 다시 한번 액셀을 힘껏 당겼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낡은 오토바이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어김없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어제는 서러웠지만, 오늘은 또 다른 하루였다. 그는 다시 한번 배달 앱을 확인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그의 어깨에는 오늘도 가족의 무게가 묵직하게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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