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나는 배민커넥트 도보 라이더로서 땀을 뻘뻘 흘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배달 요청 알림, 하지만 내 두 다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아, 진짜…."
나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따릉이 대여소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잠깐인데, 아무도 모르겠지?' 나는 재빨리 따릉이 한 대를 빌려 배달 가방을 바구니에 넣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최고였다. 땀으로 젖은 옷이 시원하게 말라가는 듯했고, 발바닥에 느껴지던 고통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역시 자전거가 최고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음 배달 장소로 향했다.
첫 번째 배달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배달 장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나가려는 순간, 익숙한 오토바이 한 대가 내 옆에 멈춰 섰다.
"어이, 거기 도보 라이더!"
낮고 굵직한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오토바이 헬멧을 쓴 배달원이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저… 저기요?"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따릉이는 왜 타고 있는 거야? 도보 라이더 아니었어?"
그의 질문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입술은 바짝 마른 채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따릉이 타면 안 되는 거예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지! 도보 라이더는 말 그대로 걸어서 배달해야 하는 거야. 따릉이를 타면 배달 규정 위반이라고."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힘들어서…."
나는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힘들어도 규정은 지켜야지. 다른 도보 라이더들은 뭐 놀고먹는 줄 알아? 다들 힘들어도 꾹 참고 걸어 다니는 거야."
그의 말에 나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그의 말이 옳았다. 나는 잠시 편해지고 싶다는 욕심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안 그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앞으로 조심해. 다음에는 그냥 안 넘어갈 거야."
그는 마지막으로 경고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릉이를 반납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땀은 다시 쏟아지고 발바닥은 아파왔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따릉이를 타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 배달원의 따끔한 충고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 배달원을 다시 만나면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때로는 작은 유혹에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따릉이 사건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것만이 진정한 보람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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